봄눈
전남친
입춘도 우수도 지났는데
눈이 내린다 밤새 내린다
길은 얼고 겨울웃을 벗은 사람들
가로수처럼 떨고 있는 마을
아직도 외등을 끄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부터 산까지 온통 눈밭인데
아무도 넘어온다는 소식도 없는데
눈덩이를 머리에 이고 굴뚝처럼
쿨럭이는 사람들이 있다
차라리 겨울이 어울리는 기다림
자작나무 가지에 노란 깃발을 펄럭이며
어차피 그대가 오지 않는
봄이 오지 않기를 기다리는
나도 내린다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지만 나는 봄이 그리 반갑지 않아. 봄이 온다고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도 아니니 말이야. 나의 빈 마음은 그저 꽃을 보아도 어둠일 뿐이야. 오늘은 봄눈이 내렸어. 잠깐 내리다 사라지는 눈이 아니라 쌓이는 눈이라 반갑더군. 겨울 외투를 집어넣고 노랗고 빨간 봄옷을 입는 게 거슬렸거든.
누군가 오지 않는 길이라면 차라리 눈에 덮여 아무도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러면 쓸데없는 희망을 품지도 않겠지.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