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
'나'라는 금기어
화전민
난 도시에 불을 놓고 싶다
검게 그을린 돌무더기를 캐내고
고랑을 만들어
옥수수를 심고 싶다
내 키보다 크게 자란 푸른 잎들이
태풍에 흔들리며
언덕 너머까지 길게 늘어서 있는 것을 보고 싶다
빌딩들 사이로 날이 저물고 기다란 그림자 끌며 퇴근할 때면
난 주머니 속의 성냥갑을 만지작거린다
1995년에 나온 저의 첫 시집 <이제 아내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에 나오는 시입니다. 나쁘지 않은데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하나 있지요. 바로 '나'라는 단어의 남용입니다. 실제 제 시창작 교실에서는 나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왜냐하면 나라는 주어는 시의 대부분의 주어이거든요. 그러므로 '나'는 생략해도 되는 단어입니다.
도시에 불을 놓고 싶다
키보다 크게 자란 푸른 잎들이
주머니 속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