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툭” 누가 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그는 깼다. 한밤중이었다. 불면증에 시달리느라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간신히 잠든 터였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의 집은 외딴곳에 있어서 낮에도 방문객이 없었다. 잘못 들었나 싶어 숨을 죽이고 있는데 또 “툭, 툭” 누군가 창을 두드렸다. 하는 수 없이 일어나 불을 켜고 물었다. “누구세요?” 하지만 아무 소리도 없었다. 커튼을 들추니 달빛에 창 저편에 누가 서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는 창문을 열었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어둠 속에서 새가 구슬피 울기만 했다. 아까운 잠을 놓칠까 두려워 그는 얼른 창을 닫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깨었을 땐 지난밤의 기억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받을 때까지.
“만헌이가 죽었다네, 어젯밤 스스로 떠났다는구먼.” 그제야 어젯밤 일이 생각났다. 그 친구는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갈 사람이 아니었는데…. 그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창문의 커튼도 달지 못하는 그를 위해 만헌이가 달아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