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무당의 딸은 짝이 없었다
점심시간이면 교실 뒤 언덕을
혼자 오르곤 했다
가끔 오리 알을 싸왔다
먹을 수도 없을 것처럼 하얀 오리 알
무당의 오리들은 잔잔한 강에서
연꽃처럼 떠 있다가
우리들 돌팔매를 받곤 했다
한두 마리 목을 꺾고 떠내려가기도 했다
회의에서 혼자 표적이 되어 진땀 흘리고
골목에 숨어 홧술을 마시면
어느새 내 자리엔 강물이 넘치고
목이 부러진 오리들이 떠내려 온다
허우적거리는 내 옆에서 그녀가 가만히
하얀 오리 알을 내민다
시를 배우러 오는 사람 중에 동시 풍으로 쓰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동시도 물론 시의 한 부분이지만 저는 그렇게 쓰지 말라고 합니다. 동시는 동시를 쓰는 분에게 배워야겠지요. 시는 자신의 깊은 곳에 있는 상처에서부터 나오기 때문입니다. 흔히 ‘결핍이 시를 쓰게 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마음에 그늘이 없는 사람에게서 좋은 구절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동시 풍으로 쓰는 이에게 혹 마음속에 그늘이나 세상이나 사람에 대한 불만 같은 것이